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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 Where the Crawdads Sing
영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델리아 오웬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2018년에 출간된 원작소설은 미스터리, 로맨스, 성장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독특한 이야기를 전한다. 뿐만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 사랑과 소외, 인간관계, 배신과 용기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어 주인공 카야의 성장과 인생을 통해 감동과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짜임새있고 흥미진진한 줄거리와 섬세한 묘사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으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영화화되기에 이르렀다. 먼저 소설로 이야기를 접해보았던 나는 책을 읽으면서 습지라는 생소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 신비로운 외로운 소녀에 대한 이야기에 매혹되었다. 그리고 우선 이야기를 시작하는 체이스 앤드루스라는 청년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미스테리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게 하였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소설을 읽으며 상상했던 이미지들이 그대로 구현된 느낌을 받았다. 어딘가 고립되고 축축하고 습하지만, 또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는 카야의 세상을 한 편의 영화로 다시 만났다.
줄거리 : STORY
어느 날, 노스 캐롤라이나의 어느 해안 도시에서 '체이스 앤드루스'라는 청년이 죽은 채 발견되자 경찰 조사가 시작된다. 도시 주민들은 습지에 홀로 사는 비밀스러운 소녀 카야를 용의자로 의심하고, 곧 그녀는 구치소에 갇히고 만다. 자신을 변호해주기로 나선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카야는 과거를 회상한다.
이야기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에 걸쳐 펼쳐진다. 이 작은 해안 도시에는 카야 클라크라는 어린 소녀가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한 때는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폭력성이 그들에게 어두운 그늘을 드리운다. 퇴역군인인 아버지의 끔찍한 가정 폭력으로 인해 카야의 가족은 그를 견디다 못해 어머니를 시작으로 카야만 남긴 채 하나 둘씩 모두 떠나게 된다.
결국 엄하게 카야를 통제하던 무서운 아버지마저 그녀를 두고 떠났고, 어린 그녀는 홀로 습지의 작은 집에 완전히 고립된다. 어린 카야는 혼자 살아남기 위하여 홍합을 채취하여 동네 상점에 판매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카야는 습지에서 자연과 친해지며, 동식물을 연구하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친절한 상점 주인 부부의 권유로 시내에 있는 학교에도 가보지만, 글을 읽지 못하고 더러운 옷을 입은 그녀를 비웃는 아이들에 크게 상처받아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오고 만다. 적절한 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었고, 문명화되지 못한 채 습지에서만 자라온 그녀는 도시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녀는 도시 사람들에게 수상한 미스터리의 '습지소녀'로 알려지고 그들은 카야에 대한 오해와 억측을 이어가며 그녀는 더더욱 고립되고 만다.
카야는 외롭고 고독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습지의 자연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어려서부터 습지에 사는 새들의 깃털을 모으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자연과 동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 그러던 중 그녀는 종종 보트를 타고 습지에 오던 테이트라는 다정한 소년과 사랑에 빠진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진심으로 그녀를 아끼고 사랑으로 대한다. 테이트와 깊은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동안 그녀는 처음으로 이러한 친밀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진정으로 행복해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테이트는 대학 진학을 위해 도시를 떠나게 되고 한 달 후에 그녀를 보러 돌아올 것을 약속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돌아오지 않는다.
큰 상처를 받은 카야 곁에 다른 남자가 어슬렁거린다. 체이스 앤드루스라는 부잣집 아들로, 카야에게 다가와 그녀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한다. 카야는 외로웠기에 그런 그를 받아준다.
그러던 중 개발업자들이 습지의 땅을 넘보자 위협을 느낀 카야는 습지를 자신의 소유로 하기 위한 세금을 내기로 결심한다. 오래전 테이트의 충고에 따라 자신이 습지의 동식물을 그린 삽화 모음들을 출판사에 제출하는데, 출판사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계약까지 하게 된다. 습지와 집은 그녀의 소유가 되고 습지는 보존된다. 책이 출판된 것을 보고 오빠 조디가 찾아오기도 하는데, 그는 어머니가 병환으로 돌아가셨음을 얘기해준다. 집을 떠난 후 이모에 집에 머물던 그녀는 아이들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병이 들어 얼마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평생 어머니가 오시기만을 기다린 카야는 가슴 아파한다.
만남이 지속되는 중 체이스는 그녀에게 달콤한 말로 청혼을 하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뜻밖에 테이트가 돌아와 용서를 구하고 체이스에 대해 경고하지만, 카야는 상처받은 마음에 그에게 매몰차게 대한다.
한편 그녀는 우연히 시내에 나갔다가 체이스에게 따로 약혼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배신감으로 분노한다. 체이스는 자신을 거부하는 카야에게 손찌검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본성을 드러낸다. 카야는 체이스에게 시달리며 언제 또 맞을까 두려워하는 끔찍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멍이 든 얼굴로 다음책을 위한 출판사와의 미팅을 가기 주저하는 카야에게 테이트는 포기하지 말고 권리를 누리라고 따뜻하게 격려해준다. 그녀는 버스를 타고 가 출판사와의 미팅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리고 그 전날밤이 체이스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이다.
카야는 자신의 변호인에게 자신은 죄가 없다고 말하고, 자신을 함부로 판단하는 마을 사람들을 비난하며 형량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다. 변호사는 재판장에서 어리고 힘없는 카야를 낙인찍고 밀어낸 마을 사람들을 나무라기도 한다. 시점은 현재인 재판으로 돌아오고, 결국 변호사의 열띤 변호에 힘입어 카야는 배심원단에게 무죄 판결을 받는다.
카야는 그 후 테이트와 함께 여전히 습지의 자연속에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고 자연을 공부하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나이가 들어 백발이 된 카야는 어느 날 습지의 보트위에서 엄마의 환각을 본다. 자신의 모습은 어렸을 때로 돌아가고, 그토록 기다리던 엄마를 만나 기뻐하는 모습이다. 곧 보트위에서 쓰러진 카야는 그렇게 숨을 거둔다.
결국 포식자였던 체이스 앤드루스를 살해한 범인이 누구였는지는 영화를 다 보면 알게 된다.
'자연에 선과 악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그저 살아남기 위한 방법들이죠. 환경이 환경이니만큼요.'
감상평 : REVIEW
이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 카야를 응원하기도, 동정하기도, 존경하기도 했다. 카야는 너무 어린 나이에 폭력에 노출되었고, 가족들에게 버림받았고 혹독한 현실에 혼자 남겨졌다. 그런 와중에도 살아남으려 애를 쓰면서 꿋꿋이 성장하는 카야의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그 과정에서 카야에게 상처를 주는 뭇 사람들로 인하여 분노하기도 했다. 특히 그녀가 슬퍼 울 때면 나도 안타까운 마음에 가슴이 아팠다. 처음으로 사랑을 하고 마음과 신뢰를 준 테이트가 약속된 날에 돌아오지 않아 밤을 새고 바닷가에서 그를 기다리다 슬퍼하고 절망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들였던 체이스가 결국에 정말 나쁜 사람이었고, 배신을 했다는 점에서 절규하는 그녀의 모습도 너무 슬펐다. 안그래도 홀로 외로운 그녀의 마음에 누군가를 들였는데 그들은 꼭 상처를 주고 떠난다는 점에서 세상이 참 가혹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었던 점은, 그녀가 좋아하여 사랑하는 일을 통해서 탈출구를 얻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목적없이 좋아서 시작한 동식물 그림, 도감이 그녀에게 기회를 주고 사회에서 인정받게 해주었다. 너무나 고독하고 고단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그녀인데, 이렇게 나중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일로 인정받고 또 나이들어 늙을 때까지 그렇게 자신의 습지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점이 만족스러운 엔딩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냉혹했지만, 오히려 자연은 그녀를 배신하지 않고 언제나 그녀의 곁에 있었기에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외로운 그녀의 곁에 결국엔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한 테이트가 있었고, '카야는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았다.'로 이 이야기는 끝나지만 여운은 길게 남을 것이다.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한 어머니의 환각을 보고 숨을 거둔 카야가 그곳에서는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