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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아나토미 : Grey’s Anatomy
나는 원래 메디컬 드라마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삶과 죽음을 오가는 급박한 이야기, 가슴 아픈 죽음, 화면에 등장하는 혈흔들, 예상치 못한 끔찍한 사고들 때문이다. 그리고 의학 드라마는 평소에 잊고 사는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 자꾸 맞닦뜨리게 만들어서 마음이 불안해지고 무서워지기도 한다.
그런 내가 ‘그레이 아나토미’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은 뜬금없게도 어느 유명 미국 시트콤을 보다가 이 드라마에 대한 대사가 나와서 였다. ‘이 정도는 그레이 아나토미를 봐서 알아!’ 라는 쯤의 대사였던 것 같다. 얼마나 유명한 드라마이기에 이렇게 대명사처럼 쓰이지? 궁금해진 나는 그 당시 넷플릭스에서 그레이 아나토미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나의 메디컬 드라마의 시작이 되었고, 내가 사랑하는 나의 인생 드라마 중 하나가 되었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 장장 19개의 시즌으로 완결된 이 드라마는 그 기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를 실감하게 한다. 지금 보아도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1은 전혀 촌스러운 느낌도 없고, 오히려 현재의 한국 사회보다 훨씬 진보적인 문화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아직 그레이 아나토미를 본 적이 없다면, 지금 당장 시즌1을 시청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메디컬 드라마라고 해서 의학적인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통찰과 흥미로운 로맨스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각 환자의 케이스들이 매 화를 이끌어가지만,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도 수없이 피할 수 없는 재앙과 사고가 덮친다. 그래서 의사들이 순식간에 환자가 되고, 이들의 세상이 흔들리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 드라마를 보면 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고 누구나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매일을 아등바등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인생은 살아있는 그 자체로 가치있고 어쩌면 평범한 이 일상이 그 무엇보다 소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하는 드라마이다.
등장인물 : Character
매 시즌을 지나며 등장인물들은 없어지고 새로 생기기도 하였지만, 시즌1부터 주축을 이루었던 소중한 원년 멤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멤버들도 있다!) 정말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있고, 하나하나 다 소중하지만 그레이 아나토미를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초기 멤버 몇명만 뽑아보았다.
메러디스 그레이 : Meredith Grey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 뛰어난 명의 앨리스 그레이의 딸로,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어머니의 알츠하이머 투병으로 그리 행복하지 못한 시기를 보냈다. 이 드라마는 대형병원에서 인턴부터 시작하여 뛰어난 의학적 능력을 갈고 닦아 신뢰받는 전문의가 되기까지의 그녀의 개인적인 인생과 여정을 그렸다.
크리스티나 양 : Christina Yang
크리스티나 양은 출중한 의학적 능력과 명석한 두뇌, 강한 목표의식을 가진 여성으로 인턴 기간동안 메러디스와 라이벌 구도를 그리다가 결국 제일 친한 친구가 되는 인물이다. 시니컬한 성격을 가졌고 경쟁심이 강하여 반감을 사기 쉽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의리있고 마음 따뜻한 캐릭터이다.
데릭 셰퍼드 : Derek Shepherd
잘생기고 유능한 신경외과 의사. 집안의 형제자매들이 모두 의사이다. 메러디스가 인턴으로 들어갔을 당시 이미 과장 자리를 목표하는 전문의였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메러디스를 병원에서 다시 마주한 뒤 둘의 로맨스가 시작된다.
알렉스 카레브 : Alex Karev
알렉스는 짖궃고 장난스러운 메러디스의 인턴 동기이다. 가정적인 환경이 좋지 않아 어려운 시절을 보냈으나 의대 생활을 마치고 의사가 되고자 인턴으로 들어왔다. 초창기에 매우 껄렁거리고 짜증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알렉스는 병원 생활을 하면서 진지한 모습도 보여주고, 더 성숙해지는 모습도 보여준다.
이지 스티븐스 : Izzie Stevens
이지는 한 때 내 최애 캐릭터였던 인물이다. 감성이 풍부하여 환자에게 공감을 잘하고 감정이입도 잘한다. 처음엔 의사를 하기엔 너무 무르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지도 선배 의사들의 가르침과 여러 경험을 통해 강하고 훌륭한 의사로 성장한다. 처음에 알렉스와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조지 오말리 : George O'Malley
조지 오말리는 약간 어설프고 어리버리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이다. 인간미가 넘치고, 착한 마음을 가졌으며 처음부터 오랫동안 메러디스를 짝사랑하는 순정남이다.
이 밖에도 닥터 리처드 웨버, 미란다 베일리, 닥터 버크 등등의 중요 캐릭터들과 시즌을 더해가면서 새로 등장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까지 너무나 많은 인물들이 있다. 그건 기회가 된다면 다른 포스팅에서 소개해야겠다!
너무나 사랑하는 나의 인생 드라마
이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의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들이 계속 하여 잊을만 하면 발생한다. 자연재해, 비행기 추락, 총기사건, 대형화재… 주요 주인공들이 이러한 사건의 희생자가 되고 시청자는 깊게 몰입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작가 숀다 라임즈는 우리의 삶이 언제든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고 불안정하며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내가 사랑하는 다른 점은 드라마 매 화에서 시작과 끝에 나오는 메러디스의 나레이션이다. 매 화 덤덤하게 흘러나오는 나레이션은 그 화의 내용을 암시하기도 하고, 인생의 교훈을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메러디스의 이런 담담한 말투와 목소리가 참 좋다.
드라마들 보다보면 수많은 환자들이 등장한다. 수술을 견디고 살아남는 환자들도 있고, 그러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환자들도 많다. 주인공들이 깊이 감정적으로 교류하는 환자도 결국엔 세상을 떠나고 말고, 아무리 간절하고 슬픈 사연을 가진 환자도 끝내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모든 환자들이 해피엔딩을 맞지는 못한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지만, 이 드라마를 보면서 또 한번 깨닫게 되고 삶과 죽음, 그리고 내 주변의 많은 것을 돌아보게 된다. 이 병원에서 수많은 죽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남은 의사들은 환자를 잃고 가슴아파하지만 또 어떻게든 살아간다. 목숨을 구해야 할 다른 환자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있었든간에 병원의 아침은 밝는다. 그게 인생일지도 모른다.
‘그레이 아나토미’ 시즌1 1화에서 처음 병원에 온 인턴들을 맞이하는 닥터 리처드 웨버의 대사로 이 글을 마무리 하러한다.
모두들 부푼 희망을 품고
게임에 참여하기 위해
여기왔으리라 생각한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의사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오늘부턴 여러분이 의사다.
여기서 외과 레지던트로 보내는 7년은
가장 값지고도 혹독할 것이며
모두 한계를 경험하게 될 거다.
주위에 경쟁자들 얼굴을 잘 봐두기 바란다
여덟명은 다른과로 전과될 것이며
다섯은 좌절을 맛보고 둘은 병원을 떠나게 된다.
여기가 여러분의 출발점이자
여러분의 경기장이다.
어떻게 싸우느냐는
각자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