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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지나간자리-넷플릭스-가족영화

사랑이 지나간 자리 : The Deep End of the Ocean

 
사실 넷플릭스에서 영화 제목과 포스터만 봤을 때는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전혀 예상이 안됐다. 처음 이 영화를 클릭했을 때, ‘나홀로집에’같은 그저 유쾌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가족영화일거라고 예상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선택한 영화가 나를 눈물짓게 하고, 나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줄거리 : STORY

 
사진 작가로 활동하며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베스는 모처럼의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생각으로 설레여한다. 베스는 자신에게서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보모까지 얻어 아이들과 함께 동창회에 참석하기로 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베스는 잠깐 볼일을 보기 위해 첫째 빈센트와 둘째 벤을 두고 자리를 비운다. 이 잠깐 사이에 벤이 온데간데 없이 행방불명 된다. 경찰을 동원하여 동창회가 열리던 호텔 구석구석, 그리고 온 동네까지 수색하지만 어디에서도 벤을 찾을 수 없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베스에겐 설마하는 불길한 두려움만 커져간다. TV에 아이를 찾는 방송을 전역에 내보내고, 도움을 주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미아찾기 운동도 해보지만 벤은 나타나지 않는다.
 
 베스는 어린 아들이 실종된데에 대한 죄책감과 충격, 공허함에 점점 초췌해지고 예민해진다. 이 과정에서 베스는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남편 팻과 갈등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베스는 팻의 바람대로 새로운 동네로 이사하게 되고, 그곳에서 팻은 새로운 식당을 열고 네가족은 고통속에 새로운 인생을 꾸려나간다. 이사를 한 후 베스는 삶을 이어가기 위하여 자신의 본업인 사진작가 일을 이어가며 겉보기엔 멀쩡히 살아가지만, 아들 벤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어하는 것은 여전하다.
 
 그렇게 야속한 9년의 세월이 흐르고, 베스의 가족들 모두 벤에 대하여 체념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듯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잔디를 깎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싶다며 한 소년이 베스의 집 초인종을 울린다. 아무 생각없이 문을 연 베스는 9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 소년을 보고 한눈에 자신의 아들, 벤임을 알아차리고 얼어붙는다. 소년은 전혀 베스를 모르는 눈치이다. 베스는 잔뜩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마당에서 잔디를 깠는 소년의 사진을 찍는다. 벤의 실종 사건을 맡았던 경찰 캔디는 이 사실을 알고 컴퓨터를 이용해 실종 당시 벤의 9년 후의 모습을 만들어낸다. 컴퓨터가 만든 벤의 모습은 바로 그 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드디어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을 찾았다는 생각에 베스는 몹시 벅차오르며 기뻐한다.

경찰은 이 소년('샘')이 베스가 잃어버린 아들 벤이 맞다는 것을 밝혀내고, 오래전 동창회에서 자신의 아이를 병으로 잃고 슬픔에 젖어있던 동창 세실이 벤을 유괴했다는 것을 알게된다. 세실은 벤을 납치하여 자신의 자녀로 삼고, 그 이후 어떤 남자와 결혼하여 가정을 이뤘다는 것이다. 세실은 5년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세실의 남편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자신의 아들처럼 키운 샘을 떠나보내야 하는 입장이 되어 당황해한다. 벤은 9년의 시간이 흘러 자신의 가족 앞에 훌쩍 커버린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샘이라는 이름으로 9년간 살아왔고 자신의 가족에 대한 기억이나 애착이 없는 상태이다. 벤은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새아버지 조지를 자신의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베스의 가족들을 낯설게 느끼고 융합되지 못하여 괴로워하고 조지와 그과의 생활을 그리워한다. 벤은 비록 7살 이후 새아버지와 둘이 성장해왔지만 그를 진짜 아버지라고 생각하며 가정안에서 모자랄 것 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성장해왔던 것이다. 하룻밤에 자신의 진짜 이름이 따로 있었고, 가족도 따로 있었다고 하니 12살 아이가 받아들이기에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베스를 비롯한 가족들이 벤을 다시 가족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항적인 빈센트도 밤에 낯선 곳에서 잠을 자는 벤을 걱정하여 그가 어릴 적 좋아하던 토끼 인형을 침대맡에 가져다준다. (귀엽고 다정하다..)
 
 9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는 듯, 벤을 다시 원래의 가족에 들어오게 하려는 과정에서 벤과 그의 가족들 간에는 오히려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추수감사절날, 벤은 새아버지 조지와 그의 가족들(사촌, 할머니)과 함께 보내고 싶어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팻)에 대해 반발심을 느끼고 화를 낸다. 벤에게는 지금까지 조지의 가족들과 매년 함께 한 추수감사절이 행복하고 특별했기에 그곳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고, 팻은 드디어 찾은 아들과 명절을 보내고픈 마음이다. 그러나 벤은 자신의 혈족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그는 그저 팻과 베스의 집에 억지로 옮겨심어진 식물처럼 힘겨워한다. 베스는 드디어 벤을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가족들과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새 아버지와의 인생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벤 때문에 매우 마음 아파한다. 9년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벤의 육체는 찾았지만 벤은 가족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가족으로 여기지도 않아 정신적으로는 그녀의 작은 아이였던 아들을 잃어버린 것이다. 베스는 시간이 해결해줄것이라 믿었지만,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벌을 받아야 하냐는 벤의 물음에 그만 마음이 무너져내린다.
 

"그동안, 그 오랜시간 동안 얼마나 너를 안아주고 싶었던지. 엄마가 널 안아줄 수 없었잖니.
(Oh, god. Do you know how much I missed holding you, all these years.
You didn't have me to hug you.)" 
 
"그들(세실과 조지)이 안아주셨어요.
그 모든 시간동안요."
"They hugged me. They hugged me all the time."

 
모든 것이 예전으로 돌아가길 바란다는 벤의 진심어린 고백에 베스는 눈물을 흘린다. 얼마있지 않아 벤은 밤에 몰래 자신의 예전 집으로 돌아갔다가 베스와 팻에게 이 사실을 들키고 만다. 왜 우리집을 두고 다른 곳에서 살아야 하냐고 따져물으며, 3달이나 노력했지만 이 곳에서 살지는 못하겠다는 벤의 말에 베스는 할말을 잃는다. 벤의 새아버지 조지는 눈물을 흘리며, 벤을 행복하게 하는 가족이 얼른 되어달라고 말한다. 벤이 자신이 본 것중 제일 슬퍼보인다는 것이다. 베스는 벤의 행복을 위해 그를 돌려보내기로 마음 먹는다. 남편 팻은 이에 반대하지만, 그녀의 뜻을 막을수는 없다. 베스는 짐을 챙겨 벤을 조지의 집에 데려다준다. 그리고 벤을 배웅한 후 차 안에서 오열한다. 드디어 아들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또 다시 잃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첫째 빈센트는 돌아온 벤을 소중히 감싸는 부모님을 보며 소외감을 느끼고, 벤을 볼 때마다 자신이 9년 전 동생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지난 9년 동안 빈센트도 어린 아이에 불과했지만, 벤의 실종으로 인하여 그 역시 마땅히 받아야할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신도 어린이였음에도 막내 케리를 돌봐야 했으며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 했다. 결국 빈센트는 부모에게 반항하는 청소년으로 성장하였지만 사실 가슴속에 큰 상처와 결핍을 가지고 유년시절을 보내왔기 때문일 것이다. 벤을 보낸 후 베스는 사진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벤이 납치되던날, 현관문 앞에서 세명의 아이들과 찍은 사진을 발견한다. 사진속의 빈센트는 어딘가 행복하지 못한 표정을 하고 있다. 그것이 마음에 걸린 베스는 새삼 자신의 첫째 아들 빈센트에게 그 동안의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중 빈센트는 밤에 몰래 차를 타고 나갔다가 사고를 내어 구치소에 들어가게 된다. 그를 면회간 베스는 빈센트에게 많은 의미를 담은 사과를 하고 그의 손을 잡는다. 그러자 빈센트도 어머니의 손을 맞잡는다.

빈센트에게 뜻밖의 면회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벤이다. 벤은 친구가 되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한다. 빈센트는 냉소적으로 반응하며 원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다.
“형은 내 형이잖아. 그리웠어. 집에서 나온 걸 후회한적도 있어. 아무튼 형이잖아.”
빈센트는 당황한다. 벤은 이어서 자신이 무엇인가를 기억해냈다고 말한다. 벤은 집에 돌아온 후 베스가 기억을 상기시키기 위해 보여준 자신의 배냇 저고리에서 익숙한 냄새를 맡았었다. 그것은 옷이 들어있던 향나무 상자의 냄새였다. 그는 그 냄새를 기억했다. 예전에, 숨바꼭질을 하면 벤은 향나무 상자속에 숨었다가 뚜껑이 닫혀서 갇힌 적이 있었고, 그런 그를 빈센트가 찾아냈던 기억을 떠올린 것이다. 벤은 형아 결국 자신을 찾으러 올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자속이 무섭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빈센트도 집으로 돌아온 후 늦은 밤 집 밖에서 농구공을 튕기는 소리가 들린다. 벤은 빈센트에게 농구 시합을 하자고 한다. 빈센트는 황당해하면서도 그의 제안에 따라 벤과 농구를 한다. 시합이 끝나고, 빈센트는 내일을 기약하지만 벤은 이제 돌아가지 않을거라고 말한다. 그는 짐을 챙겨왔다. 조지와 많은 대화 끝에 돌아오기로 결정한 것이다. 벤은 가능하다면 영원히 돌아오고 싶다고 말한다. 빈센트는 그 순간, 오래전 그날에 자신이 벤의 손을 놓고 저리 가버리라고 말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벤은 그게 어때서 그렇냐며, 누구나 꺼지라는 말은 하잖아! 라고 말한다. 빈센트는 자신도 그 당시 어린아이였음에도 그동안 죄책감을 안고 있었는데, 마침내 용서받은 것만 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 둘을 지켜보던 베스와 팻은 눈물을 지으며 행복해한다. 농구게임을 하는 벤과 빈센트를 줌아웃하며 영화는 엔딩을 맞는다.

감상평 : REVIEW


  이 영화를 보면서 무엇보다 아들을 잃은 베스의 슬픔과 절망에 많이 공감이 되었지만, 유괴된 벤의 형 빈센트의 감정에도 많이 집중이 되었다. 벤이 사라졌던 그 순간에 옆에 있었던 그 역시 어린이였던 빈센트의 죄책감, 벤을 잃은 상실감에 슬퍼하고 절망하며 서로 싸우기도 하는 부모님 곁에서 그 상황들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스스로 어른이 되어야 했던 시간들... 어린 셋째를 돌볼 여력이 없는 어머니를 대신 하여 동생을 돌보고, 그 역시 어린아이로서 받아야 할 돌봄과 사랑이 부족하다 느끼며 자라왔다. 훗날 베스와 팻은 빈센트가 말을 잘 듣지 않고 어딘가 삐뚤어졌다고 하지만, 사실 그건 빈센트의 잘못이 아니라 그도 이 유괴사건의 피해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자신도 어린 아이였고, 그 사건에 책임을 지울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스스로 죄책감을 갖고 살아와야 했기에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벤이 돌아온 후에도 빈센트는 벤에게만 관심을 갖는 부모님의 모습에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놀랍게도 벤이 기억하는 가족에 대한 애착과 기억은 바로 다름아닌 형 빈센트에 대한 것이었다. 옷을 보관하는 나무 상자에 맡은 향기로 어린시절 빈센트와 둘이서 집에서 숨바꼭질을 하던 기억을 떠올린 벤은 이것을 계기로 가족에 대한 기억과 애착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가족에게로 돌아온다. 숨바꼭질을 할 때, 형이 찾으러 올 것을 알았기 때문에 상자 속이 어두워도 무섭지 않았다는 벤의 대사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패러독스는 어릴 때 유괴를 당한 벤이 새 가정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컸기에 진짜 본래의 가족을 찾았을 때, 떠나고 싶어하지 않고 거부감을 느꼈다는 점이다. 보통 납치되거나 유괴된 아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불행하게 자랐을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였기에 9년만에 벤을 발견한 그 순간 영화의 스토리가 재시작 되었다. 벤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과 갈등, 마찰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의미는 무엇일까. 벤이 세실과 조지를 진짜 가족으로 생각하고, 피를 나눈 베스와 팻을 남이라고 생각한 것을 보면 많은 생각이 든다. 꼭 피를 나누지 않아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보듬고 살아가면 가족이 된다는 것. 물론 친가족으로부터 아이를 유괴한 세실의 행동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지만 말이다. 범죄에서 비롯되어 만들어진 가정에서 행복한 유년기를 보내고 있던 벤, 그래도 사랑받으며 살다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벤이 짐을 싸들고 빈센트와 농구를 하러 찾아온 날 밤, 벤은 빈센트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을 선택한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던 아름다운 밤, 베스와 팻은 비로소 그들의 아들 벤을 되찾는다. 9년이라는 긴 시간을 돌아 다시 한 가족이 된 그들의 모습이 영화를 보고나서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잔잔한 영화였다. 이 영화를 보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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