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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보는 로맨틱 코미디
보통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니면 넷플릭스 로맨틱 코미디가 새로 올라왔다고 해서 모두 보진 않지만, 이 영화는 익숙한 얼굴들이 주인공으로 나와 볼 수밖에 없었다. 로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리즈 위더스푼과 애쉬튼 커쳐가 출연한다면, 어느 정도 재미는 보장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애쉬튼 커쳐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를 좋아한다.) 나는 긴장감은 내려놓고 마음 편히 재밌게 볼 수 있는 따뜻한 로맨틱 코미디를 꽤 좋아한다. 사회생활 하면서 퇴근 후나 주말에 보는 콘텐츠는 악역이 없고 심각하지 않은 내용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났다.
줄거리 : STORY
20년간 절친한 친구로 지낸 데비와 피터는 비록 LA와 뉴욕에 떨어져 있지만, 매일 통화하며 모든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이다. 20년 전에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 갑자기 거리를 둔 피터 때문에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할 수 없었다. 그 사이 데비는 지미라는 남자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고, 이혼하여 싱글맘이 되었다. (그녀의 남편은 산악 등반가로, 집에 있을 때가 별로 없는 바람 같은 사람이었다.) 피터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뉴욕으로 이사하면서 경영 컨설팅 업무를 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성공한다. 데비는 출판사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아들 잭을 낳고 싱글맘으로 살면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학교에서 회계 관련 업무를 맡는다.
그러던 중, 데비가 회계사로서 일을 이어가기 위해 학위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아들인 잭이 각종 알레르기가 있는데 곧 보험기간이 끝나 이에 대한 병원비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뉴욕에 있는 학교에서 일주일 간 수업을 이수해야 하고, 데비는 LA에 혼자 남을 잭을 걱정한다. 이에 피터는 데비의 사정을 듣고 잭을 돌봐주고자 자신과 일주일간 집을 바꿔 생활할 것을 제안한다. 이것이 바로 이 영화의 발단이 된다. 서로 일주일 간 집을 바꿔 생활하게 된 데비와 피터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상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매일 통화하는 절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모르고 있는 점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DEBBIE _ 데비
데비는 뉴욕에서 수업을 들으며 우연히(!) 피터의 전전 여자친구인 밍카와 친구가 되고, 그녀와 어울리면서 뉴욕에서의 생활을 즐기게 된다. LA에서 아들을 돌보며 자신보다는 아이를 위해 바쁘게 살아왔던 데비는 밍카를 따라 뉴욕의 근사한 식당에도 방문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 식당에서 데비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덩컨 출판사의 편집장 시어 마틴을 만나게 된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출판사의 책에 큰 애정을 갖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녀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러던 중 데비는 피터의 집에서 피터가 쓴 소설을 발견한다. 데비는 소설을 읽고는 흥분하여 피터에게 얘기하지 않고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데이트를 하던 시어 마틴에게 그 소설을 보여주고, 그는 그 책을 읽고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던 중, 데비는 피터의 침실에서 자신과의 추억거리를 모두 모아놓은 꾸러미를 발견한다. 추억을 기념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피터가, 데비와 함께 한 것은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간직해 놓은 것을 보며 데비는 마음이 혼란스러워진다. 데비는 결국 자신에게 출판사 일자리를 제안하고, 한번 더 대시하는 시어 마틴에게 자신이 피터를 사랑하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PETER _피터
피터는 LA에 있는 데비의 집에서 데비의 아들 잭과 함께 새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동안 엄마의 철저한 보호속에 살던 잭은, 피터와 함께 생애 처음 무서운 SF영화도 보고, TV를 보면서 음식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학교에서 친구 없이 지내는 잭을 위해 피터는 친구를 얻는 것을 도와주려 노력한다. 잭은 피터의 도움으로 평소 좋아하지만 위험하다는 이유로 데비가 반대했던 하키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잭은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다.
한편 피터는 데비네 집의 정원사가 데비와 이성적으로 얽히는 관계임을 알고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리고 어쩌다가 자신의 보안카메라로 데비가 시어와 데이트하는 장면까지 목격한 후, 피터는 더욱 심란해한다. 피터는 심란한 마음으로 예전에 알고 지낸 여자에게 무턱대고 연락하여 옷을 차려입고 저녁 외출을 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녀의 집으로 가지 않고 돌아오고, 데비의 절친한 친구 앨리슨을 만난다. 피터는 앨리슨에게 20년 전 그날 이후 계속하여 남몰래 데비를 사랑해 온 속마음을 고백한다.
그녀를 너무 사랑하게 되어 스스로 두려웠고, 자신이 부족한 것 같아 거리를 두었던 것이다. 또한 고백했다가 거절 당하면 친구로서의 데비도 잃을 두려움이 있어 고백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던 중 지미와 만난 데비를 보고, 그리고 아들이 태어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마음을 접고 뉴욕으로 떠나온 것이다. 그 이후 피터는 어떤 여자를 만나든 그 관계가 6개월 이상 가지 못했음을 이야기한다. (속마음으로는 데비를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앨리슨은 피터에게 마음을 고백하라고 말하고, 잭은 망설인다. 그러던 중 잭이 하키팀 입단테스트에서 부상을 입게 되고, 이로 인하여 피터와 데비는 크게 싸우게 된다.
결말
데비와 피터는 잭의 부상으로 그리고 말없이 피터의 글을 출판사에 제출한 것으로 인해 서로 크게 싸운다. 그렇지만 데비는 자신과의 추억을 간직해놓은 것을 기억하고 피터에게 왜 여태까지 자신에 대한 마음을 얘기하지 않았는지 묻는다. 피터는 그제야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거절당할 경우 너를 잃을까 봐 그동안 말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20년 전부터 항상 사랑해 왔음을 고백하고, 데비는 그런 그의 마음을 받아준다.
그렇게 둘은 LA에서 함께 가정을 꾸린다. (피터는 책을 출판한 작가가 되고, 데비는 독립출판사에 편집자로 취직한다.) 결국 책 읽다가 잠드는 것을 좋아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반신욕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서로 닮은 두 사람은 절친 사이를 넘어 평생의 연인이 되어 잭과 함께 셋이서 따뜻한 LA에서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감상평
절친한 친구이지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집을 바꿔살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에 대해 더 마음을 열게 된다는 이야기 설정이 재미있었다. 반가운 두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었고, 전체적으로 유머도 녹아있어 유쾌하게 볼 수 있었다. 앨리슨, 밍카, 잭 같은 조연 캐릭터들도 각자의 매력이 있어 좋았다.
물론 갑자기 타지에서 친구의 전 여자친구(밍카)와 친해진다는 설정은 가능할까, 싶기도 했지만 뉴욕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밍카는 데비가 피터에 대해 더 알게 해주는 중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시어마틴 역의 제시 윌리엄스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레이 아나토미’의 '잭슨'으로 보여서 반가운 마음에 그의 짧은 등장이 아쉬웠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오랫동안 잭슨이라는 캐릭터로 연기해서인지 그의 얼굴을 보면 그저 의사 잭슨이 잠깐 출판사에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 영화에서 아주 매력적인 편집장으로 묘사되는데, 지적인 분위기가 있고 그 역에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데비의 아들 잭은 데비와 피터가 집을 바꾼 일주일을 인생 최고의 일주일이었다고 말한다. 귀여운 잭은 엄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도와주려는 피터와 친해지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도 마음껏 한다. 데비가 위험하다며 말렸던 아이스하키를 하며 친구들도 생기고, 행복해한다.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데비, 피터, 잭이 한 집에서 이뤄가는 생활 속엔 어떤 일이 있을까. 나도 평소에 잘 안다고 생각하는 친한 사람과 주거지를 서로 바꾸어 생활하면 서로에 대해 잘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될까?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생활하는 곳, 나의 공간, 나의 색깔이 드러나는 나의 생활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곳. 그곳엔 비밀도 있을 수 있고 내가 의도치 않게 남긴 나의 색깔, 흔적, 개성이 묻어있을 수 있다. 일주일 간 집을 바꿔 생활하지 않았다면, 데비와 피터는 영영 서로의 마음을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물리적으로 집을 바꾼다는 것도 있지만 사실 서로의 입장이 되어본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정말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서로 더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 있을 텐데, 우리는 이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한다. 사실 꽤나 어려운 일이다. 진실로 집을 바꾸듯 상대방의 입장에 서본다는 것은..
결국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하고, 각자 꿈꾸었던 일을 이루고, 행복한 가족을 이룬다는 결말은 언제나 만족스럽다. 그렇기에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유어 플레이스 오어 마인'은 마음 따뜻해지는 영화였고, 두 배우의 다음 행보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