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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패밀리(instant family)
인스턴트(instant) : 즉각적인, 즉석의
이 영화의 제목인 인스턴트 패밀리란 즉석에서 만들어진 가족이라는 의미이다. 이 작품은 마음 따뜻해지는 가족영화로, 입양 가족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와 입양의 가치에 대해서 사실적이되 유쾌하게 풀어낸다.
입양이란 피를 나누지 않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어렵고도 신비한 과정이다. 이 영화는 평범한 40대 부부가 아이 세 명을 입양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생생하게 다루고, 그들이 진실로 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와 고난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마냥 무겁지는 않게 유쾌함을 놓치지 않아 재미까지 잡았다.
(감독: 숀 앤더스, 장르: 드라마, 코미디, 가족)
줄거리 : STORY
피트와 엘리는 건설 인테리어 일을 함께 하는 40대 부부로, 결혼한 이후로 바쁘게 일을 하며 살아오느라 자녀를 갖는 일은 뒷전이었다. 그러던 중, 그들은 인생에 무언가 빠진듯한 감정을 느끼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지금 아이를 낳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이미 성장한 아이를 입양하여 함께 살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그들은 입양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기 위하여 전문기관에 방문하여 8주간 위탁 양육 수업을 이수하기로 한다. 피트와 엘리는 부모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고 흥분한다.
아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계속하던 그들은 드디어 교육을 이수하고, 입양 박람회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위탁할 아이를 찾던 피트와 엘리는 운명과도 같이 어쩌다 보니 어린아이가 아닌, 보통 사람들이 입양하기를 꺼리는 10대 아이들을 포함하여 3명이나 그들의 집에 위탁하기로 한다.
처음에는 모든게 순조로워 보였지만, 피트와 엘리는 아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그들과의 새로운 생활을 무척 힘들어한다. 이 삼 남매는 어머니가 마약 중독이 되어 마약밀매소에서 함께 생활하다가 발견되어 보호소로 온 아이들이었다. (현재 아이들의 생모는 감옥에 수감 중인데, 2년간 아이들에게 연락 한 번 없었다.) 어릴 때부터 위험하고 잘못된 환경에서 자라 온 아이들은 피트와 엘리에게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고 그들을 힘들게 한다. 이에 피트와 엘리는 자신들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 아이 세명을 입양한다는 것은 무모한 결정이었으며, 그로 인해 그들의 생활이 망가졌다고 말이다.
그러다 후안이 발을 다치게 되고, 피트와 엘리는 진심을 다해 병원에 데려가 후안의 곁에서 그에게 힘이 되어주고 치료해주려 노력한다. 이 일을 계기로 마음이 굳게 닫혀있던 첫째 리지는 피트와 엘리에게 신뢰를 갖고 조금 마음을 열게 되고, 두 부부는 이에 매우 기뻐한다. 이후 리타가 피트를 아빠라고 부르고, 후안이 엘리를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하며 둘은 매우 행복해한다.
그러던 중, 아이들의 생모가 감옥에서 출소하고 리지는 동생들과 함께 엄마를 만나고 싶어한다. 피트와 엘리는 친엄마와 함께 행복해 보이는 아이들을 보며 미묘한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심란해한다. 곧 그 둘은 아이들의 생모가 재양육 절차를 밟아왔으며 제양육을 결정하는 재판이 열릴 예정임을 알게 된다. 이들은 이제 겨우 정들고 서로 잘 맞춰가고 있던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된다는 사실에 허망해하고 가슴 아파한다.
리지의 엄마가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법원 심리는 긍정적으로 흘러간다. 곧 이별을 준비해야하는 후안과 리타는 피트와 엘리에게 정이 들어 헤어지는 것을 서운해한다. 다음날 아침, 아이들은 떠날 준비를 마쳤지만 정작 아이들의 엄마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직 아이들을 책임지고 키우는 것에 자신이 없어 떠밀리듯 할 수 없다고 했고, 또 마약에 손을 댄 것이다. 리지는 크게 상처를 받아 좌절하며 운다. 사실 재양육 절차도 리지가 도맡아 진행해 왔던 것이고, 어머니의 의지는 별로 없었던 것이다.
리지는 피트와 엘리에게 자신을 제외하고 자신의 두 동생들만 입양하기를 권유한다. 하지만 그들은 리지가 이미 자신들의 가족이며, 그녀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확고히 이야기한다. 리지는 판사에게 제출하려고 한 부부의 진정서를 읽고 감동하여 펑펑 울고 만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4개월 후, 다섯 가족은 새로 지은 집에서 가족으로서의 즐거운 생활을 꾸리고 있다. 이젠 리지도 엘리를 엄마라 부르고, 자연스러운 한 가족의 모습이다. 마침내 그들은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가족이 되었음을 판결받는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이 영화의 실존 가족사진이 등장한다. 그 후로도 여러 실제 입양 가족들의 사진이 슬라이드로 펼쳐진다.
감상평 : REVIEW
이 사회에는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이들이 많다. 위탁시설, 집단보호시설 등에 들어가 생활하다가 여기저기 옮겨 다니고, 나이가 들면 아무도 원하지 않아 강제로 퇴소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위탁 아동 중 절반 이상이 나이가 차 퇴소한 후 노숙자 신세로 마약에 중독되고 2년 안에 수감되거나 죽는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마음을 다치고 마음이 닫힌 아이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와 돌봄을 받지 못했지만 그 이유로 선입견이 덧씌워지고 사회에서 또 한 번 거부당한다.
이 영화에 나오는, 피트와 엘리가 찾은 위탁지원센터에는 입양을 진심으로 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사회 전체로 치면 소수이겠지만 말이다.) 피트와 엘리 같은 부부,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 동성 부부, 솔로여성, 종교적인 신념을 가진 부부 등 각자 다양한 모습이다. 그들은 서로 아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진심으로 서로 축하해 주고 응원해 준다. 사실 입양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입견과 두려움이 있고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피를 나누지 않은 타인의 자식을 내 자식처럼 집에 받아들여 가족이 된다는 것, 그리고 버림받은 아이에 대한 편견(어려서부터 나쁜 영향과 경험을 통해 결함이 있고 이미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우,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으로 인한 요소가 크게 작용할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입양의 의미에 대해 가슴깊이 느끼고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입양이라는 제도가 한 아이의 인생에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말이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아이들도 다른 비위탁 아동들과 똑같은 어린아이들일뿐이다. 버림받은 것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입양을 통해 가정이라는 둥지 안에서 사랑과 보호를 받고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놀랍고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물론 입양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책임감과 그 과정에서 시련을 이겨낼 의지가 있어야 한다. 낯선 아이를 제 아이처럼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중간에 포기한다면 그것은 아이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고 버림받았다는 큰 상처를 또 한 번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입양을 통해서 입양자 본인이 얻을 수 있는 행복도 클 것이다. 보통 가족은 출산을 통해 혈연으로 이루어져 필연적으로 구성된다. 그렇지만 입양을 통하여 가족이 되는 것은 그러한 일반적인 가족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으로, 따로 전혀 다른 타인으로 떨어져 있다가 의지와 노력을 통해 가족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입양자들에게도 성장과 행복을 줄 것이다.
이 영화가 특히 감명 깊었던 점은 피트와 엘리가 천사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사람들로 그려진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위탁아동에 대한 편견도 있었고 두려움과 거부감도 있어 입양에 대해 망설였던 평범한 사람들이다. 또한 입양 전 아이들을 위탁하고 나서도 너무 힘들어 입양을 포기하고 도망칠까 하는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선량한 사람들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받아들이려는 마음과 의지로 그 과정을 헤쳐나간다. (물론 쉽지 많은 않았다.)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두 사람이 주인공이 되었기에 이 영화가 더 설득력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다섯 주인공들 외에 애착이 갔던 캐릭터는 피트와 엘리의 어머니(아이들의 할머니)들이다. 피트의 어머니는 너무나 유쾌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 엘리의 어머니는 약간 공주과이고 냉정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 아이들을 손자 손녀로 받아들이고 그들의 애정을 원하는 귀여운 캐릭터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현실웃음이 터졌던 때는 리타와 후안이 엘리의 어머니에게 화장을 해준답시고 우스꽝스러운 얼굴로 만들었을 때, 그 얼굴로 엘리와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별생각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골랐던 영화를 통해 입양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한번 더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슬라이드 속 수많은 입양가족들처럼, 이 세상의 많은 입양 가족들에게 행복과 사랑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또한 지금 입양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