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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정전, 룸체인지
나트랑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그런데 아침에 무언가 펑 하는 소리가 나더니 에어컨이 멈춰버렸다. 전기가 나가버린거다.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서 나트랑 여행카페에 들어가보니 우리 객실만 그런게 아니었다. 멜리아 깜란 리조트의 해변가 라인이 전체 정전이 된 모양이었다. 오늘 오전에 숙소 수영장에서 좀더 놀다가 체크아웃 할 예정이었는데, 정전이 되어버리니 우선 씻고 나서 머리도 말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프론트에 전화하니 죄송하며언제 고쳐질지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우리 가족은 우선 조식을 먹으러 메인 건물에 갔다. 그곳은 에어컨도 잘나오고 모든게 정상이었다. 조식을 먹고, 나는 리셉션에 가서 아침부터 겪은 불편과 씻을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얘기했고 체크아웃까지 남은 시간만이라도 다른 방으로 바꿔 주기를 요청했다.
처음에 응대하던 직원은 난처해했지만, 나는 계속해서 얘기했고 결국 방에 가서 대기하고 있으면 새로운 방으로 안내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방으로 돌아갔다.
시간은 흐르고, 에어컨이 되지 않는 무더운 방에서 기다리던 중 리조트 매니저 2명이 바이크를 타고 방에 찾아왔다. 매니저는 우리가 겪은 불편에 대해 공감하며 본인들도 매우 당황스러우며, 오늘 비행기를 탈 때까지 밤늦게도록 새로운 방을 이용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운좋게도 숙소를 하루 더 쓰게 된것이다. 자정이 다되어가는 시간에 뜨는 비행기라서 캐리어를 어디 맡기기도 피곤했는데, 바로 공항 근처의 리조르라서 짐은 그냥 숙소에 두면 되었다.
우리 가족은 리버뷰의 새로운 복층 방에서 느긋하게 씻고, 리조트에서의 마지막 수영을 즐기러 바다로 향했다.
이곳은 마지막날까지도 날씨가 너무 좋았다. 마지막으로 평화로운 프라이빗 비치에서 헤엄치고, 수영장에서 잠깐 물장구를 치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와 씻고 짐을 쌌다. 시내에서 돌아왔을때 바로 짐을 들고 공항에 가기 위함이었다.
떠나는게 너무나 아쉬웠던 평화롭고 여유로운 깜란 리조트. 정말 이곳은 휴식하기 좋은 숙소임에 틀림없었다😭
나트랑 시내에 위치한 씀모이가든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직원이 먹기 쉽게 반쎄오를 싸줘서 정말 좋았다. 맛도 있고, 에어컨도 시원하고, 메뉴판도 친절해서 부모님도 만족하신 곳이다. (넴느엉, 반쎄오 강추!)
식사를 하고, 시내에 있는 롯데마트에 가서 기념으로 사갈 만한 과자와 젤리를 잔뜩 구매했다. 귀국해서 친구와 직장 동료에게 줄 것들을 쓸어담고(?) 그 짐들을 마트에 위치한 짐 보관소를 맡겼다. 다음 일정인 마사지샵 센스파로 향하는 택시를 잡아탔다. 센스파는 나트랑 시내와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이다. 그렇지만 후기가 좋아서 미리 예약해두었다.
센스파에 도착하면, 우선 각자 받고 싶은 마사지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그 후에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받을 마사지를 선택한다. 그냥 아무거나 선택해서 받는게 아니라 방문자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고 섬세하게 세션을 추천해준다는 점이 좋았다. 나는 처음에 시그니처 마사지인가.. 그걸 받으려고 했는데, 내가 원하는 압이 좀 세다는 걸 알고서 직원이 타이 마사지를 추천해줬다. 역시 그냥 보통압으로는 만족이 잘 안되는 나에게는 좋은 선택이었다! 반대로 압이 센걸 아파서 싫어하는 우리 아빠는 아로마 마사지를 받게 되었다.
우리 가족 네명이서 단독룸에서 마사지를 받았고, 결과적으로 나는 시내에서 받았던 마사지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나는 타이 마사지가 맞는 듯하다. 너무 힐링했던 9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우리 가족은 전원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나왔다 ㅎㅎ
마사지를 받고 나오면 로비쪽에서 만족도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차와 요거트가 제공된다.
마사지샵 입구쪽이다. 마사지샵이 전체적으로 초록초록한 느낌으로 꾸며져있다. 센스파에서는 시내 곳곳에 들르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 우리가 짐을 맡긴 롯데마트에도 정차하여 시내까지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셔틀버스 특성상 크게 돌아가기 때문에 시간 여유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
우리의 마지막 식사는 피자포피스(Pizza 4 piece) 였다. 예전에 다낭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나트랑에도 있다고 해서 미리 예약 후 방문했다. 결론적으로는 다낭에서의 그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샐러드, 피자, 퐁듀 등을 맛있게 먹은 식사였다.
식사를 하고 숙소로 향하는 길에는 비가 많이 내렸다. 늦은 시간, 아쉬운 마음으로 멜리아 깜란에서 체크아웃 하고 깜란 공항에 도착했다. 밤늦은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며 어쩌면 우리 가족 네명이서 함께 하는 마지막 여행이 끝이 났음을 느끼며 추억을 되새겼다. 이제는 내가 결혼을 하여 아마 우리가족 넷이서 오롯이 여행을 하기는 힘들것이다. 여행 준비를 나 혼자 하면서 우리 가족 가이드로 여행하며 힘든 점도 많았지만 덥고 힘들었던 그 시간들마저 결국엔 잊지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여행이란 결국 계획대로 되는 법이 없음을 받아들이고 그것마저 즐겨야 하는것 아닐까. 아름다운 휴양지 나트랑에서의 시간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번에는 여유롭고 한적한 리조트안에서만 오롯이 여유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 남편이 함께 하는, 다음 가족여행이 있기를 바라며. 변함없이 아름답고 화창한 날씨를 보여준 나트랑의 하늘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