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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블록버스터-물의길
Image copyright (©) Avatar.com

아바타 세상과 다시 만나다 : AFTER 13 YEARS

아바타를 처음 만난 것은 고등학생 때이다. 그 당시에는 솔직히 영화를 재미있게 즐겼다고는 하기 힘들었다. 물론 신박한 이야기 설정과 세계관은 흥미로웠지만, 후반부 격투씬에 졸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고 아바타 속편이 나왔을 때, 개봉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달리 시큰둥했던 것 같다. 1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세 시간이나 하는 러닝타임을 투자할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바타 2가 국내 천만관객을 넘어가고,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시청하고 나에게도 이를 추천할 때가 되어서야 영화를 보러 갔다.
기대 없이 본 영화에 나는 세 시간 내내 몰입하여 빠져들었다. 지루하다고 느껴질 틈이 없을 정도로 스토리와 확장된 세계관이 흥미로웠고 컴퓨터 그래픽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금방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제이크의 아이들)에게 애착이 생길 만큼 말이다.

줄거리 : STORY

아바타 1 이후 나비족으로 다시 태어난 제이크는 네이티리와 네 명의 자녀들을 낳고 화목한 가정을 꾸린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과거 인간의 아이로 남겨진 스파이더도 함께 평화로운 나날들을 지나며 청소년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동안 평화롭던 숲 속 세계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과거 판도라를 침입했던 ‘하늘의 사람들’, 즉 인간들이 다시 나비족들의 세상을 정복하고자 침입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아예 나비족의 모습을 하고, 과거 침입자들의 기억까지 심어진 채 쳐들어온 그들은 집요하게 족장인 제이크를 찾아 나선다. 그들은 아예 나비족이 살아가는 곳을 인간의 정착지로 삼고자 하였고, 제이크는 가족과 나비족 마을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그의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위기에 놓이고, 그들의 보금자리가 노출될 위기에 처하자 제이크와 가족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된다. 제이크가 원래 있던 곳이 숲의 세계였다면, 이들이 새로 정착하게 된 곳은 바다 위에 지어진 물의 세계였다. 해안가에 군락을 이루고 사는 멧카이나족은 처음엔 경계하지만, 결국 이들 가족을 받아준다.

물의 세계에서 제이크와 가족들은 낯설지만 멧카이나족 사람들, 그리고 바다의 환경에 어울려져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갈등과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엔 해양생물과도 친해지고 잠수실력도 느는 등 멧카이나족의 일원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던 중, 마일스 쿼리치와 그의 무리들은 제이크의 가족이 있는 곳을 찾아내고 멧카이나족까지 위험에 처하게 된다.제이크를 끌어내려고 무고한 툴쿤을 죽인 잔인한 행동에 결국 나비족 대 인간의 전쟁이 시작되고, 쿼리치 대령은 제이크를 포섭하려고 최후까지 노력하나 실패한다. 제이크와 가족들은 그의 마수에서 빠져나오지만, 이 과정에서 첫째 네테이얌은 목숨을 잃고 만다. 또한 스파이더는 자신의 아버지인 죽어가는 쿼리치를 무시하지 못하고 살려주고 만다. 제이크와 가족들은 선조들의 만에 네테이얌을 묻고, 토노와리 족장은 이제 그들이 멧카이나 부족의 일원이 되었다고 말한다. 네테이얌에 대한 슬픔을 안은 채로, 제이크의 눈이 클로즈업되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감상평 : IMPRESSION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우려했던 3시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의 세계로 세계관이 확장되었고, 덕분에 새로운 볼거리가 더욱 풍부했다. 판도라의 해안가 마을 세계관이 구성된 것을 보면서 창작자의 상상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여 창조해 냈을까, 정말 실존하는 나비족의 세상을 엿보았던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또한 가족 간의 사랑,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자연을 착취하는 인간 비판)이라는 주제에도 공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에 잘 녹여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감명 깊었던 것은 로아크와 툴쿤(판도라 해안가의 해양생물) 파야칸의 교감이었는데, 로아크가 사회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종족으로부터 추방되고 상처받은 파타야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하나뿐인 친구가 된다는 점이 뭉클했다. 파야칸이 인간들에게 사냥될 위기에 처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경고하러 간 한 사람은 로아크뿐이었다. 파야칸은 덕분에 사냥당할 위험을 모면했고, 전쟁 중 중요한 순간에 제이크의 가족들을 온몸으로 돕는다. 파야칸에게 로아크는, 상처받고 외롭게 살아온 길고 긴 사막 같은 삶에 구원자이지 않았을까. 이들의 우정이 참 아름다웠다.

누군가 아바타 2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면 대부분 그것은 네테이얌이 목숨을 잃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또한 부모인 제이크와 네이티리가 절규하고, 후에 영혼의 나무와 교감하며 네테이얌의 어렸을 적 모습을 회상하는 장면은 참 가슴이 많이 아팠다. 너무나 사랑한 첫 아이, 든든했던 장남을 잃는 부모의 심정은 어떤 것일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사실 네테이얌이 꼭 죽었어야 했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누군가 죽는다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제이크가 목숨을 잃지 않을까.. 했는데 예상치 못한 죽음, 어쩌면 더 가슴 아픈 죽음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주목한 것은 스파이더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다. 지난 인간들과의 전투 후, 너무 어려서 냉동 수면을 시킬 수 없었던 인간 아이 스파이더는 사실 마일스 대령이 아들이지만 어려서부터 나비족들과 자라면서 겉모습만 인간일 뿐, 그들과 동화되어 살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스파이더는 이 쪽에도, 저 쪽에도 끼지 못하는 존재로 느껴졌다. 나비족과 함께 살아왔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 하지만 사실 신체는 인간의 몸이고 나비족을 해치려 했던 선두주자의 아들이기 때문에 완전히 나비족이 되지는 못했다. 실제로 스파이더가 인간들에게 잡혀갔을 때, 제이크는 스파이더가 그들에 대해 실토할 것이 두려워 본거지를 옮기는 데에 몰두하고, 나비족 아무도 잡혀간 스파이더를 구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키리는 스파이더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말이다.) 가족처럼 지냈다고 해도, 사실은 진짜 가족은 아닌 그런 사이. 그러나 스파이더는 그들을 진짜 가족으로 여기며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쩌면 인간의 몸을 가지고 있기에 영원히 완전히 그들의 무리에 속하지는 못할 텐데, 스파이더는 마지막에 자신의 비열한 아버지를 무시하고 다시 나비족 곁으로 돌아간다. 그런 스파이더의 뒷모습이 외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아이, 다음 속편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캐릭터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 따르면 '아바타 3'은 이미 촬영이 끝났으며, 후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시리즈 3편에서는 화산을 터전으로 삼으며 불을 다루는 나비족(재의 종족)이 등장한다고 하며, 이들은 사악한 면이 있다고 하니 나비족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다음편인 '아바타3'은 2024년 말에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짧은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흥미가 생긴다. 화산 지대를 배경으로 제이크의 가족이 또 어떤 이야기를 펼쳐나갈지, 또 다른 나비족의 모습은 어떨지 궁금하다. 이번 아바타 2가 부제처럼 관객을 찬란한 물의 길로 이끌었다면, 다음번에는 어떨까? 다시 만날 때까지 제이크의 가족들과 판도라의 모든 선한 생물들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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